[데일리임팩트 이호영 기자] 국내 최대 해운사이자 유일한 국적 글로벌 원양선사인 HMM(옛 현대상선) 인수 적격 후보엔 유통·식음료업계 하림과 동원산업이 나란히 이름을 올리고 있다. 하림은 JKL파트너스와 컨소시엄 형태로 참여한다.

닭고기 전문 식품기업 하림과 참치 기업 동원산업 모두 글로벌 해운 수출입을 영위해온 기업으로 한 치의 양보 없는 명운을 건 승부에 나선 모습이다. 

한마디로 국적 선사 HMM 인수는 두 그룹 창업주들의 '꿈의 완결판'이라고 할 수 있다.  

하림, HMM 품고 '한국판 카길' 거듭날까

하림이 해운업에 진출한 것은 2015년이다. '카길(미국의 세계 최대 곡물종합기업)'을 꿈꾸며 벌크 전문 해운사 팬오션을 인수하면서다. 국적 선사인 HMM을 품고 '한국판 카길'로 도약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하림은 계열화 시스템을 통해 사료 사업까지 영위하고 있는데, 팬오션 인수로 이 사업 확대와 동시에 국내 제1의 벌크선사를 거느리게 된 것이다. 팬오션은 벌크선 주력 선사다. 상업용 곡물 수송이 강점으로 약 300척을 운영하고 있다. 

현재 팬오션은 영업 대상이 글로벌 벌크·비벌크 화물로, 벌크 화물 운송을 앞세워 컨테이너 화물 운송·탱커선·LNG 운송 등 비벌크 화물 운송까지 취급한다. 

국내에선 포스코와 한국중부발전, 한국가스공사(LNG), 해외는 글로벌 최대 철광석기업인 발리 등 국내외 '빅 가이'들과 장기 화물 및 단기 스팟성 운송 계약 포트폴리오를 전략적으로 짜서 수익을 내고 있다. 최근 해운업 시황이 좋지않은데도 2022년 4분기까지 36분기 연속 영업이익 흑자였다.

2022년 말 기준 글로벌 매출 비중은 아시아가 3조2830억원(51%)으로 가장 크다. 이어 북미 1조1244억원(17%), 오세아니아 9964억원(16%), 남미 8181억원(13%) 등이다. 

시장에서는 하림이 컨테이너선 주력의 HMM을 인수하면 해운 물류 사업을 벌크뿐 아니라 컨테이너 운송까지 안정적으로 확장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HMM은 글로벌 8위의 컨테이너선사로서 100척 이상의 선대와 110여개국 항로망을 토대로 물류 서비스를 제공해왔다. 

하림이 이처럼 팬오션까지 갖춘 배경엔 하림만의 계열화 시스템 구축이 있다. 핵심 자회사로는 팬오션과 제일사료, 하림, 선진, 팜스코, 엔에스(NS)쇼핑, 한강식품, 하림산업이 있다. 이들 사업장을 통해 식소재부터 제조와 유통, 시장을 아우르는 식품 가치 사슬을 통합, 관리하고 있는 것이다. 

팬오션은 하림이 곡물의 구입과 운반(해운)부터 사료, 축산·가공, 식품 제조, 유통에 이르기까지 카길과 같은 사업 구조를 갖추고 대기업 집단으로 올라서는 발판이 돼줬다. 인수에 성공하면 HMM이 하림의 가금 식품기업 세계 10위라는 비전 달성과 글로벌 종합식품기업으로의 도약을 이뤄줄지도 관심이다. 

특히 하림은 비전과 목표 달성을 위해 국내외 물류망 구축에 힘을 쏟고 있다. 국내는 양재동 도시첨단물류단지 개발 사업과 맞물려 식품 온라인 유통 사업, 스마트 그린 물류·복합 유통 사업과 연계해 시너지를 낸다는 계획을 세워뒀다.

하림은 "우리 사업 포트폴리오는 펀더멘털 강화로 외부 영향을 최소화하고 안정적 실적을 지속 창출하는 데 초점이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번 HMM 인수전도 김홍국 회장의 도전 정신을 잘 보여준다. 김 회장은 팬오션에 이어 다시 한번 일생일대의 도전에 나선 모습이다. 인수 참여 형태도 팬오션 때와 동일하게 JKL파트너스와 손잡았다. 

하림은 해운사 팬오션 인수로 실적 반등의 드라마를 펼친 경험이 있다. 1조79억원대 거액 투자로 인수 당시 '승자의 저주'라는 시장의 염려를 받았다가, 코로나 기간엔 '신의 한 수'였을 정도로 실적 성장을 이뤄낸 것이다. 팬오션은 성공적인 운영으로 시장의 염려를 잠재운 대표적인 사례로 남았다. 

2015년만 해도 연간 매출 1조8000억원대였던 팬오션은 지난해 약 6조7807억원으로 2~3배 성장했다. 2000억원대였던 영업이익도 7921억원으로 4배 가량 확대됐다.  

동원, 육상·항만·해운 '물류 체인' 완성 '기대감' 

동원그룹도 한때 자사가 납품하던 기업을 인수해버린 역전의 경험이 있다. 동원산업이 참치를 납품하던 스타키스트(매출 규모 약 2억달러 한화 2700억원대)를 2008년에 약 3억6300만달러, 한화 4450억원 가량을 주고 사들인 것이다. 스타키스트는 미국 내 시장 점유율 40%대 글로벌 최대 캔 참치 제조사다. 

동원산업은 원양어업 및 수산물 수출입업 등을 주요 사업으로 영위하고 있다. 국내 원양산업의 시장 점유율 1위 사업자다. 참치통조림 등 식품 가공 유통 부문 매출이 64.99%로 대부분이다. 이외 참치 원어 등을 취급하는 수산 사업은 매출 비중 3.15%다. 

참치와 닭이라는 주력 품목에서의 차이를 빼곤 동원그룹과 하림그룹의 행보는 많이 닮아 있다. 하림처럼 동원도 종합식품기업을 목표로 대규모 투자를 감행하며 뛰고 있다. 동원도 점유율 1.8%이긴 하지만 동원팜스를 통해 사료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또 국내 물류·운송 사업을 지속적으로 확대해왔다. 물류 부문 매출 비중은 13% 수준이다. 2006년 제3자(3PL) 전문 물류기업인 레스코와 합병을 통해 물류업과 기타 운송 서비스업을 시작했다. 2017년 2월엔 물류 역량 확대, 서비스 강화를 위해 동부익스프레스 지분 100%를 인수해 운송업까지 지평을 넓혔다. 

이처럼 동원산업의 물류 부문을 통합한 동원로엑스(옛 동부익스프레스), 동원부산컨테이너터미널 등 기존 육상 물류와 항만에 더해 HMM 인수로 해상까지 물류 밸류 체인을 구축할 수 있을 것으로 시장에서는 기대하는 분위기다. 

동원그룹은 운영 중인 항만과 HMM이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인수전을 주도하는 김재철 회장의 차남 김남정 부회장은 지난달(9월)19일 "인수 후 HMM을 어떻게 성장시켜 다른 글로벌 선사들과 경쟁할 것인지가 중요하다"고 했다. 그는 인수 후엔 사업 효율화와 친환경화를 통해 경쟁력을 끌어올린단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해운업 경쟁력은 좋은 항만이 관건인데, 동원이 상대적으로 우위를 점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자리에서 그는 "동원은 부산에 항만을 갖고 있다. 내년엔 부산신항에 국내 최대 규모 스마트 항만을 또 열 예정"이라고도 했다. 

동원산업은 공동 기업으로 울산항만운영(지분율 48.46%), 부산신항다목적터미널(50%)과 관계 기업으로 인천크로스독(49%), 당진항만(10%), 평택항만(16.6%), 인천내항부두운영(14.36%) 등을 두고 있다. 

김재철 회장은 한양대 학위 수여식장에서 자신의 마지막 꿈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HMM에 강한 인수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현재 동원그룹은 HMM 인수에 전사적인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동원그룹이 해운업 경험이 없다는 약점 등도 SM상선을 이끈 박기훈 전 SM상선 대표를 영입하며 보완하는 모습이다. 

동원그룹은 참치(통조림용) 선망선 11척, 참치(횟감용) 연승선 12척, 운반선 2척까지 27척의 국적선과 이외 합작 선망선 1척, 해외 자회사 운반선 3척 등을 포함해 40척을 운영하고 있다. 

규모·서열·현금·경험 모두 하림이 우세

하림이나 동원 모두 HMM을 인수하면 '코끼리를 삼킨 보아뱀' 꼴이 된다. HMM에 비해 두 기업 모두 덩치가 작기 때문이다. 최소 5조원 정도 인수 자금이 모자라기는 하림과 동원 모두 마찬가지다. 

현재로선 자산 덩치나 경험 모두 하림그룹이 동원그룹에 앞선다. 하림그룹은 자산 규모 17조원대 대기업 집단으로 재계 서열 31위다. 동원그룹은 자산 규모 약 9조원대 준대기업 반열의 기업으로 재계 51위다.

보유 현금도 하림그룹은 1조6000억원대, 동원그룹은 6000억원대다. 해운업 경험에서도 하림이 승기를 쥐고 있다. 동원그룹은 해운업 경험이 전무하지만 하림그룹은 2015년 팬오션을 인수하며 해운업에 진출, 실적 성장을 거둔 경험이 있다. 

그러나 반전 가능성은 있다. 동원은 김재철회장이 장남 김남구회장을 통해 거느리고 있는 한국투자금융이란 구원투수가 있기 때문에 만만치 않은 승부가 될 전망이다. 한국투자금융이 아직까진 이번 M&A에 끼어들지 않겠다는 입장이지만 김재철 회장이 전면에 나선다면 상황은 언제든 달라질 수 있다.

출처: 데일리임펙트